당신은 무언가 축축하게 몸을 감아오는 느낌에 잠에서 깨어난다. 마치 안개와도 같은, 그러나 현실적으로 실내 전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힘겹게 들어 올려진 눈꺼풀에 닿는다.

그 순간, 잠에서 확 깬 당신은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키려 하지만, 어딘가에 묶인 듯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고정된 듯- 아니, 가위 눌린 듯.

전시관은 평범한 푸른 빛이 아닌 소름끼치는 초록색 안개에 휩싸여 있다. 고요했던 스크린은 노이즈를 배경으로 전자기기들이 내뿜는 소음들을 혼란스럽게 내뱉는다. 그리고 안개를 뚫고 두 발이 당신 앞으로 다가온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바닥을 향해 고정된 당신의 시야 안으로 구두 한 쌍이 들어온다. 고급스러운 인조 가죽으로 만들어진 구두는 낡았지만 잘 관리되어 있다.

인간이라면 불가능할 움직임을 통해 고개가 아래로 쑤욱 내려오더니 당신과 눈을 마주치며 웃는다.

“상속자야, 내가 빙의할 어린 양아. 내 미술관에 온 것을 환영한다”

당신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시선 속으로 빠져든다. 영혼이 악귀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목으로 비명을 지르지만, 결국 몸의 통제권을 잃고 만다. 흐려지는 의식 속, 악귀가 당신의 손을 조종하여 양과 늑대가 그려진 카드를 꺼내는 끔찍한 광경이 보인다.


아쉽네.. 이러면.. 다시..


ST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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