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진실을 말하기로 결정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저는 여기에 초대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밤중에 갑자기 초록빛 안개와 그… 크흠, 귀신이 나와서 도망치게 되었습니다.”
경비원은 아무 말 없이 당신을 쳐다보고, 당신은 눈을 질끔 감는다.
‘이건 나라도 안 믿는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경비원은 고객을 끄덕이더니 주머니에서 종이 묶음을 꺼낸다.
“그렇군요. 사실 아카이브 홀에서 특이한 기척이 느껴져서 긴가민가하던 참이었습니다.”
“네? 저를 믿으시는..?”
“네. 실수로 들어왔다거나 하는 말도 안되는 변명도 아니고, 아카이브홀에서 수로를 통해 누군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CCTV로 파악했으니까요.”
“…”
“마침 귀신이 나올 상황에 제공되는 매뉴얼도 있습니다.”
경비원은 종이 뭉치에서 조항을 찾기 시작한다. 당신은 경비원에게 신경 쓰이던 질문을 던진다.
“그, 만약 그런 말도 안되는 변명을 했다면 어떻게 됩니까?”
“매뉴얼에 따라 침입자는 예외 없이 석화의 저주를 겁니다.”
“예?”
“이 공원에 있는 석상들 보이시나요? 저는 경비원 겸 정원사라, 석상들도 제가 다 만듭니다. 시간이 되면 둘러 보세요. 꽤 아름다운 석상 공원 아닙니까?”
“…”
“매뉴얼에 따르면 악귀를 물리기 위해선 전시장의 노인을 만나야 한다네요. 제가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따라 오시죠.”
당신은 복잡한 심정으로 경비원의 뒤를 따른다. 수십 가지 질문이 머리를 맴돌지만, 방금 죽을 뻔했다는 위기의식에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