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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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악귀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사진을 건넨다. 사진을 받은 악귀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사진과 당신을 번갈아 쳐다본다.

“비흡연자라 불을 안 가지고 다녀서요. 찢어봤자 불태우지 않으면 소용없으니까요.”

“뭐?”

“그리고 애초에 남의 추억이 담긴 사진을 함부로 불태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

“그렇다고 빙의 당해서 꼭두각시가 되고 싶진 않으니 말로 해주세요. 죽음을 거부하면서까지 이루고 싶은 숙원이 뭡니까?”

“…”

악귀는 사진을 쳐다보더니 조금 누그러진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지?”

“진정한 퇴마는 성불이라 들었습니다. 뭐, 아닐 수도 있지만 시도는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침묵하던 악귀는 입을 연다.

“그래. 이것 또한 운명이겠지… 이건 내 쌍둥이 여동생의 사진이다. 우리는 둘 다 이 전시장에 기거하지만, 그 존재는 사뭇 다르다.”

‘사진을 태워도 어차피 퇴마는 안 되었다는 거군’

“아이러니하게도 네가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건 내 동생 덕분이다. 너는 모르겠지만 넌 이미 몇 번의 실패를 거슬러 왔어. 네가 겪은 건 일종의 배드엔딩이라 할 수 있지.”

“배드 엔딩… 게임처럼 말입니까?”

“그래. 내 여동생은 이 전시장에서 시간을 돌리는 힘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 힘 때문인지 어딘가 뒤틀리게 되었어.”

‘확실히… 영원히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 힘을 가진 이의 가치관이 어떨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당신의 목적은-“

“나는 그녀를 만나 그녀가 짊어진 (힘의 탈을 쓴) 짐을 대신 짊어질 생각이었다. 애초에 그건 내가 맡아야 했던 짐이었어.”

“하지만, 너와 말을 해 보니 남의 몸을 빼앗아 내 미련을 해결하려는 것 또한 추한 과욕임을 깨달았다. 그러니, 부탁 하나만 들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