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와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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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선을 아래로 돌려 손을 쳐다본다. 당신의 손에는 여전히 노숙자가 건네 준 사진이 남아 있다. 노인이 자신의 도움을 받아 나아간 것처럼, 자신도 도망치지 않고 문제를 마주해야 한다.

“다 보입니다. 나오세요.”

“들켰네? 뭐, 숨을 생각도 없었다만.”

“애초에 초록색 안개가 전시장에 깔려 있지 않습니까.”

“아무튼, 이젠 도망을 포기했나 보군.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여전히 빙의당할 생각은 없습니다. 협상은 어떻습니까?”

“협상은 양쪽이 동등할 때 성립하는 것인데.”

“제겐 이 사진이 있습니다. 아마 사진을 찢으면 당신도 더이상 현세에 남아 있지 못할 것 같은데, 아닙니까?”

“그걸 어디서- 아니, 아니. 어차피 사진을 찢어도 달라지는 건 없다.”

악귀는 배짱을 부리며 당신에게 사진을 찢든 말던 알아서 하라고 얘기한다. 사진을 어떻게 해야 악귀를 물리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