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사와의 대화

by

in

당신은 악귀가 빙의한 녹빛 귀걸이를 들고 정원사의 석상 정원에 도착했다. 악귀가 요구한 것은 하나. 자신의 여동생과 대화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동의한 당신은 경비원 겸 정원사 겸 ‘문지기’를 찾아 이곳으로 왔다.

“계십니까?”

“기껏 악귀 퇴치를 도와드리려 안내까지 했는데, 그 반대를 하고 오셨군요.”

“성불하면 더 이상 악귀가 아니게 될 겁니다.”

“그래서, 문을 열어달라고 찾아온 겁니까?”

“그렇습니다.”

“아마 들었겠지만, 저 너머의 존재는 과거 악귀의 여동생과는 다른 존재입니다. 시간을 여러 차례 돌리면서 어딘가 뒤틀려 버렸습니다.”

“저는 이미 약속을 했습니다.”

“… 차라리 이건 어떻습니까? 제가 특별히 돌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제가 지닌 권능으로 문 너머 존재가 당신의 시간을 돌릴 수 없게 당신을 석상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또한, 석상이 혹여나 부서지는 일 없도록 잘 관리하겠습니다.”

“한 번 얘기했지만, 저는 이미 약속을 했습니다.”

“… 마음을 굳힌 겁니까.”

“약속은 지킵니다.”

“… 그렇다면 문을 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