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
이야기를 읽은 당신은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휴게실의 쪽지. 양과 늑대가 그려진 카드. 그리고 지금 이 <서기의 이야기>. 세 가지가 연결된 것 같다는 직감이 들지만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다. 고민하던 당신은 아까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양 카드를 꺼내 본다. 앞면은 아까 봤다. 그러면 뒤에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돌려본 카드의 뒷면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양은 늑대를 피해 신전으로 도망쳤다.”
△ [잠긴 공간] 신전?
△ [1층으로 가는 통로] 비번을 맞춰야 한다
신전? 뜬금없는 표현에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고, 시선의 끝에 위치한 잠긴 문에서 시선이 멈춘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겨 카운터 너머 아까 이솝 우화를 올려놓았던 책상 사이를 지나 오래된 나무 문에 도달한다.
정답이었던 걸까? 문에 달린 전자식 잠금장치에는 보안 회사명 ‘Temple Systems.Co’가 떠 있다. 평소라면 별 생각 없이 넘겼겠지만, 카드의 글을 읽고 나니 머릿속에 벼락이 치는 느낌이다.
당신은 방문자용 ID 카드를 문에 달린 전자키에 찍어보지만, 방문자용이라 그런지 변화가 없다. 그때, 전자키 화면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라는 문구가 뜬다. 당신은 직원 휴게실 비번도 입력해보지만, 틀렸다는 답이 돌아온다. 당신은 답답함에 스크린을 두드린다. 그러자 ‘비번을 잊으셨다면? 힌트가 뜬다.
△ [1층으로 가는 통로] 비번을 맞춰야 한다
그 순간, 아까 나온 203 & 303 전시장에서 큰 목소리와 함께 초록색 안개가 흘러나온다.
‘저게 뭔진 모르겠지만, 위험해 보여’
안개가 다가올수록 손이 떨리고, 마음이 급해진다. 이름, 이름.. 그 순간, 당신의 머릿속에 <서기의 이야기> 속 문장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이야기 속 서기가 바로 저거든요.”
아까 그 책의 저자! 비밀번호는 그 저자가 분명하다. 당신은 어느덧 지척으로 다가온 안개를 의식하며 급하게 저자의 이름을 입력한다. 열려라.. 열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