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술관 본관에 위치한 POETRY 전시관
전시장: 기차 객실
과거 실제로 운행했던 기차의 객실 내부를 재해석한 전시장이다. 이에 따라 가장 우측에는 전면 창 형태의 스크린을 두어 선로 위를 이동하는 영상을 재생하고 있다. 객실 중앙의 진열장[3,4]에도 도시의 풍경이 희미하게 비치도록 필름을 부착하였다. 다만 현재는 기증품들을 보관하기 위한 책장이 객실 비상문과 창문[5~ 벽면]을 가리고 있다.
전시장에 배치된 객실 물품 및 전시물을 기증한 사람은 유명한 시인으로, 기차에 앉아 창밖 도시 풍경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관찰하며 시를 떠올렸다고 한다. 전시장에 비치된 책들(소장본)과 LP판도 시인이 기부한 컬렉션의 일부이다.
컬렉션: 기차 노선도 스케치
△ 전시장[2]에 걸린 과거 기차의 노선도
다음은 시인이 시를 쓰고 남은 여백에 그린 스케치이다. 시가 유명해지면서 관련된 그림 또한 화가들에 의해 다시 그려져 시집에 실렸다. 시인은 도시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원형의 기차를 통해 미련에 대한 감정을 은유하였다고 전해진다. 시인의 팬들은 그가 과거의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평론가들은 시인이 과거의 향수에 빠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를 비판한 작품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시 자체가 유명해서 가수들에 의해 가사에 인용되기도 했다.
△ 중심의 원형 도시를 빙글빙글 도는 기차 선로의 모습: 시집의 원본 삽화(좌), 앨범 아트(우)
컬렉션: 시집
△ 전시장[3]의 책장
다음은 시인이 기증했던 컬렉션 중 가장 최근에 추가된 시집들이다. 시인은 자신이 작성한 시집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무명들의 시집 중 특이한 것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지각색의 주제와 형식의 시집들이 있다.
2024: DV 시집 <Counting the Stars>
△ 시집 <Counting the Stars>, 디지털 영상, 16:9, 2분 31초
시인이 수집한 무명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다. 시인에 따르면 르네 마그리트의 초현실주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표지에 이끌려 수집하게 되었다고 한다.
다음은 시집 저자의 서문이다. “독립유공자들의 공훈록과 그들이 남긴 여러 비정형 텍스트 데이터를 기반으로 Visual Poetry를 조형, 시집을 제작했다. 원본 데이터의 출처는 시집 내 QR 코드 및 마지막 페이지의 출처 목록에 정리해 두었다.”
“이 작업의 목적은 독립유공자 명단의 방대함 때문에 쉽게 알기 어려운 독립운동가들 하나 하나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아는 독립운동가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분들을 선택해 소개하려 하였다. 단편적으로나마 이들이 독립에 대해 가졌던 열망과 희생정신, 노력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 시집 레이아웃(인디자인) -> 레이어(포토샵) -> 모션그래픽(애프터이펙트) 작업 진행
10-11p: 언제 독립을 이뤄낼 수 있을까. 독립운동가들이 느꼈을 그 기다림을 한 해 한 해 표시해 나가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14-15p: 수많은 학생들이 독립을 염원하여 만세 시위를 하였다. 우리는 그들의 얼굴을 다 알지 못하기에 (설정되지 않은) 프로필 아이콘의 형태를 차용했고, 그 안에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22-23p: 프랭크 윌리엄 스코필드는 일제강점기 때 정부의 만행을 촬영해 해외에 알렸다. 이를 프레임과 그 안의 내용으로 표현했다.
24-25p: 건국훈장 (총 5 단계)와 건국 포장, 대통령 표창을 해당 상훈을 받은 독립유공자의 수에 비례하는 텍스트 크기로 표현하였다.
26-27p: 광복(D-day) 이후 수많은 날들이 흘렀다. 독립운동가들의 삶은 과거에서 현재까지 여전히 그 빛을 전달하고 있다.
2023: <Icarus, Phoenix>
△ 영어 시집 <Icarus, Phoenix>, 종이 인쇄물, A5, 88p
무명 시인의 첫번째 개인 시집이다. 총 88페이지로 35편의 영어 시를 담고 있다. 아래는 이 시집을 수집한 시인이 남긴 메모이다.
“일상적인 소재에 숨겼지만, 그도 나와 같은 장소를 여행한 듯하다. 그 도시의 존재는 우리가 가장 그리워하는 존재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시간의 주사위를 돌리도록 유혹한다… 정신 차려 보니 어느새 끔찍한 미련의 수렁에 빠져 있었다. (펜으로 여러번 덧칠하여 읽을 수 없음) 시집의 저자는 원하는 것을 얻었던 걸까?” 허무맹랑한 내용이라 평론가들은 당시 노년이었던 그가 꿈에 취해 작성한 글 정도로 취급한다. 물론, 팬들은 이 또한 고도의 은유라고 반박하였다.
다음은 시집 저자의 출간 후기이다. “호주 출신 시인인 교수님의 Creative Writing 강의를 들으면서 시 창작의 재미를 알게 되었다. 영어 시를 창작하고, 개별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며 완성해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의 시를 모은 앤솔로지(Anthology) 팀에 지원해 시집의 디자인과 레이아웃을 작업하기도 했다. 시 창작의 재미를 깨달아 버리면서 아예 개인 시집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양한 장르의 영시 35편을 창작했고, 하나의 건축물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표지부터 레이아웃, 내용 구성 (시 간의 연결성)까지 작업했다.”
△ 수집 당시의 시집 인쇄본 사진
△ 내지: 목차와 Visual Poetry
△ 시인이 메모와 함께 보관한 사진. 무명 시인의 시구가 적혀 있다.
△ 운행하던 기차의 객실 내부를 그대로 가져와서인지 실제 기차에 탔다고 착각하는 관람객들이 있다고 한다. 이들은 어떤 노숙자가 “자꾸 내릴 타이밍을 놓친다”고 한탄했다고 말하기도 한다. 심한 경우 문이 열리고 재와 먼지가 흩날리는 도시를 보았다는 승객도 있었다. 다행히 보통 핫초코 한 잔이면 해결되는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