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1] 박물관을 쓰는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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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신지은 / 출판사 마음산책 / 247p / 2022.11.05

박물관의 유물들을 ‘교양 있어 보이기’ 위해 공부해야 하는 영역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혹은 지루하고 생각하는가?

이 책의 저자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나 소장품들에 대해 소개하는 <아침 행복이 똑똑> 메일링 서비스를 맡고 있다. 이는 유물들을 고고학자와 예술사학자들의 언어에서 ‘보통 사람들의 말’로 바꾸어 소개하는 일이다. 저자가 작성한 소개글을 읽다 보면 오래되고 값비싼 물건으로만 보이던 유물들이 현대인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꽤 멋진 예술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물관을 쓰는 직업>은 각 잡고 박물관 연구원이 되는 방법이나 동양의 예술 양식에 대해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그런 걸 기대한다면 동양 미술사에 대한 책을 찾아보는 게 빠를 것이다.) 오히려 여행을 위해 올라탄 기차에서 창 밖의 유적지에 대한 담소를 나누듯 일상 이야기에 직업과 유물에 대한 배경지식을 섞어서 건네는 느낌에 가깝다. 이처럼 저자는 유려한 문체로 박물관에서 일하며 겪은 이야기들과 사랑하는 작품들에 대해 풀어놓는다.

사실 학교 미술시간이나 역사시간에 각종 문화 양식에 대해 배웠고, 심지어는 시험까지 쳤지만 유물에 대해 진심으로 궁금했던 적은 손에 꼽는다. 반면, 이 책에 등장하는 유물들은 길에서 마주치는 반가운 이웃들처럼 간간히 인사를 건넬 뿐이지만, 그래서인지 더 눈길이 가는 느낌이다.

예를 들어, <분청사기 조화 물고기무늬 편병> (분청사기 음각어문 편병)은 물고기가 그려진 도자기다. 물고기를 표현한 방식이 재밌어 바라보다가 문득 청자의 이름에 붙은 ‘조화’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졌다. 꽃이나 새는 그려져 있지 않은데, 왜 ‘조화’일까? 알고 보니 꽃과 새를 그린 ‘화조화’ 외에도 음각으로 새긴 무늬를 ‘조화’라고 부른다고 한다. 시험을 위해 공부한 예술 양식은 까먹었어도, 오늘 가졌던 궁금증과 그 답은 기억에 오랫동안 남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이처럼 유물 본연의 매력을 전달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데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수천, 수백 년 전의 유물들과 현대인을 이어주며 그 매력을 영업하는 <박물관을 쓰는 직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