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8] 주성치 감독이 만든 축구 영화, 소림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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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 축구 리뷰

*스포일러 포함

축구공이 대기권에 진입하는 유성처럼 불붙은 채 날아간다. 골키퍼는 두 손을 뻗어 공을 막아내는데 성공하지만, 옷은 다 타버리고 팔도 화상을 입어 결국 들것에 실려 나간다. 우승컵을 위해 목숨 걸고 축구하는 영화, <소림축구>(2001)다.

줄거리

<소림축구>는 주성치 배우가 감독과 주연을 맡은 홍콩 영화다. 주성치 특유의 희노애락을 담은 액션 코미디물로, 소년만화의 클리셰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주인공인 아성은 소림 무공을 수련한 초인으로, 쿵푸를 부흥시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는 왕년의 축구 스타였던 ‘황금 오른발’ 명봉을 감독으로 초빙하고, 함께 무공을 수련했던 사형제들을 모아 어찌저찌 축구단을 결성한다. 우여곡절을 거쳐 무공을 되찾은 사형제들은 축구팀들을 상대하며 성장해 나간다.

관전 포인트

소림축구의 재미는 만화에 나올 법한 필살기들을 CG로 구현했다는 데 있다. 흔히 축구 만화에 등장할 법한 엄청난 속도의 불꽃 슛이라던가, 주변을 쓸어버리는 토네이도 슛 등이 등장한다. 무공을 수련하여 거의 날아다니는 선수들도 있다.

또다른 웃음 포인트는 규칙 따위는 내다버린 듯한 축구 경기들이다. 소림축구단이 처음 상대하는 동네 축구팀은 경기에 스패너와 망치를 가지고 다니는 깡패 집단이다. 심지어 골을 넣기보다는 상대 팀을 패버려 항복을 얻어내는데 집중한다. 그럼에도 심판이 제지하지 않는 모습은 황당함 그 자체. 그 외에도 불법적으로 약물을 투여하여 초인이 되는 축구 팀을 묘사하는 등 코미디와 풍자를 섞어 웃음을 준다.

사실 소림축구의 진정한 매력은 인생의 희노애락을 담은 인물들의 이야기에 있다. ‘황금 오른발’ 명봉은 선수시절 후보선수였던 강웅의 권유로 승부조작을 수락하지만,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며 은퇴한다. 세월이 흘러 명봉과 강웅의 처지는 정반대가 되었다. 강웅은 독보적인 우승팀의 스폰서가 되었지만, 명봉은 은퇴 후 근근히 살아간다.

비슷하게, 소림축구단의 아성도 뭐 하나 가진 것 없을 때에는 노점에서 만두를 파는 아매에게 예쁘다고 들이댔지만, 축구 선수로 유명해지고 나서는 아매를 외면한다. 이처럼 주성치 감독은 성공하기 이전과 이후가 다른 우리의 이중적인 면모를 꼬집기도 한다.

맺음말

<소림축구>는 웃음을 주기 위한 영화다. 하지만 단순히 웃음만 담은 영화인지 묻는다면, 그렇지는 않다. 성공하자 달라지는 모습과 몰락 후 후회하는 모습을 교차시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질문한다. 주성치 감독의 영화세계 입문작으로 볼 만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