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터 키튼의 1920년작 <일주일> (One Week)은 갓 결혼한 주인공이 아내와 살 신혼집을 짓는 과정에서 연적의 방해를 받으며 생기는 해프닝을 담았다. 주인공은 조립식 집의 건축자재 상자에 적힌 번호에 맞춰 못질을 하고 있었는데, 연적이 몰래 숫자를 덧칠하면서 엉망인 결과물이 나온다. 거기서부터 웃음이 나오지만, 대환장 파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집이 이상하게 지어졌기 때문에 지붕은 건물을 완전히 덮지 못하고, 벽도 찌그러져 있다. 어찌저찌 조립을 완료한 주인공 부부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끝내 집들이를 강행한다. 가족과 친구들이 방문한 집은 입체파 예술가가 해체했다가 재조립한 듯한 기괴한 모양새다. 천장과 바닥은 내려앉으려 하고, 2층으로 올라가면 허공으로 나아가는 문도 있다. 설상가상으로 밖은 비바람이 내릴 듯한 궂은 날씨다. 맙소사!
버스터 키튼의 전성기
버스터 키튼은 무성영화 시대에 액션과 코미디를 결합한 영화들로 전성기를 맞이했다. 메이저 영화 스튜디오에 소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신분이었기에 그가 원하는 예술을 할 수 있었고, 그건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일주일>은 감독이자 배우로서 버스터 키튼이 가진 재능과 대담함을 보여준다. 특히 조립이 잘못된 집의 벽면이 키튼 위로 무너지고, 창문 구멍으로 아슬아슬하게 통과하는 묘기는 익살스러우면서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이 스턴트를 위해 창문 구멍의 낙하 지점에 맞춰 구두에 못을 박고 서 있었다는데, 지금이라면 그 위험성 때문에 시도조차 안되었을 방법이다.
맺음말
안타깝게도 1928년, 버스터 키튼은 본인의 영화 제작사를 거대 영화사 MGM에 넘기는 계약을 했고, 창작 활동을 통제당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암흑기를 보내야 했다. 스튜디오의 꼭두각시로 살아가는 것에 염증을 느끼면서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었고, 중독이 심해져 1933년에 계약을 파기당했다. 그럼에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다시 영화판에 뛰어들어 천천히 커리어를 복구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도 버스터 키튼이 MGM과 계약하려 했을 때 그렇게 말렸다고 하는데, 만약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전성기 때 어떤 작품들이 나왔을지 아쉽고 궁금해진다.
위의 영상 캡션에서 설명했듯, <일주일>은 저작권이 만료되어 (퍼블릭 도메인)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무표정으로 각종 위험천만한 스턴트를 선보였던 버스터 키튼의 매력에 빠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