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6] 처음 읽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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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나카가와 유스케, 옮긴이 나지윤, 출판사 탐나는책. 표지 저작권은 출판사에 있습니다.

한동안 팝과 락 음악만 듣다가 다양성을 위해 클래식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마침 <처음 읽는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발견하여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르네상스 시대 음악부터 바로크, 고전파, 낭만파, 20세기 현대 음악까지 넓은 범주의 클래식 음악을 시간 순서대로 소개한다. 저자는 서양 음악사를 빛낸 음악가들을 중심으로 99개의 소단원을 구성했다. 물론, 음악가 외에 사조나 장르도 소제목으로 등장한다. 이 책을 집었을 때 두 가지 목표를 잡았다. 첫번째는 클래식 음악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것, 두번째는 책에 등장하는 음악들을 조금이라도 들어보는 것이었다.

1. 클래식 음악의 흐름

여기서는 서양 음악의 발달 배경에 초점을 두고 정리했지만, 실제 책에는 장르와 음악가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일화들이 적혀 있으니 직접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저자(와 옮긴이)가 글을 쉽고 재미있게 써서 전문지식이 부족해도 잘 읽힌다.

1.1 음악과 기록(~매체의 발달)

음악만이 지닌 특성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일시적인 성질이다. 회화나 조각과 달리 음악은 연주되는 동안만 일시적으로 존재한다. 음악 작품은 연주가 끝나면 사라진다. 작품이 남는 다른 예술과 달리 따로 기록해야만 결과물이 후대에 전달되는 것이다. 그리고 19세기 후반에 녹음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악보는 음악을 기록하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과거의 많은 음악은 연주만 되고, 악보에 기록되지 않아 현재는 알 수 없다. (특히 농민들의 민요가 그렇다.) 그래서 그 시대에 만들어진 음악 중 악보에 기록되고 현재까지 남아 있는 교회 음악만이 르네상스 음악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처럼 음악은 악보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했고, 우리가 아는 클래식은 실존했던 음악의 일부일 뿐이다. 작곡가들이 악보로 돈을 벌게 된 시점은 악보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인쇄 기술이 발달한 이후였다. 그 전의 많은 음악가들은 위에서 시킨 경우가 아니라면 돈이 안되는 악보를 남기는데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이는 표제 음악, 혹은 곡 제목과도 연관된다. 원래 음악은 기록되는 것이 아닌 연주되는 것이었기에 이름이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곡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것은 대량 인쇄 기술이 자리 잡고, 악보 판매 사업이 발전하면서부터였다. 악보나 음반을 판매하기 위해 음악상들은 소비자가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을 원했다. 그래서 작곡가의 곡에 연상되는 제목을 붙였고, 이 별명이 대중들 사이에서 유명해지면서 클래식 곡을 구분하는 명찰이 되었다. 다만, 음악에 직접 표제를 붙이는 현재의 음악가들과 달리 과거에는 작곡가가 곡에 이름을 붙이길 거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절대음악).

1.2 수입과 창작의 자유

또한, 미술과 달리 음악가는 고용주에게 종속되는 경향이 강했다. 여러 악기 연주가 합쳐져 풍부해지는 음악의 특성상 많은 인원이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공연할 장소도 필요했다. 이처럼 악단을 운영하는 데에는 돈이 많이 들었고, 그렇기에 종교나 부유한 상위계급들만이 악단을 소유할 수 있었다. 안정적인 수입이 필요했던 연주자와 작곡가들은 교회나 궁중에 고용되어 지시대로 음악을 만들었다. 현재에 와서도 인원과 비용 문제는 여전하며, 유럽에서 국립, 시립 오케스트라를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음악가는 정치권력과 (자의든 타의든)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베토벤은 어딘가에 소속된 음악가가 아니었기에 고정 수입이 없었다. 따라서 유럽의 권력자들에게 헌정곡을 바치고 사례금을 받는 방식을 택했다. 또한 음악을 연주해줄 악단은 거의 국가나 종교 소속이었기에 권력에 대한 저항정신을 표현하는 음악이 만들어지기가 어려웠다. 극단적인 사례로 정치적 숙청이 빈번했던 소련에서 쇼스타코비치는 사회주의적 가치를 찬미하는 음악을 만들어 겨우 살아남았다. 가상악기가 만들어져 1인 프로듀싱이 가능해진 지금 다양한 음악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1.3 사조와 장르

[15~16C] 르네상스 음악 -> [17~18C 중반] 바로크 -> [18~19C 초] 고전파 -> [19~20C] 낭만파(초기, 후기)/ [19C 초] 인상파 -> [~현재] 대중음악

르네상스 음악은 15~16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발전했다. 바로크 음악은 17~18세기 중반 (바흐가 죽은 1750년) 이탈리아와 프랑스를 주 무대로 삼았다. 이후, 18세기 초중반 (1730~ 하이든 등장)부터 19세기 초 (1820년대 베토벤의 죽음)까지는 고전파 음악이 지배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패권국인 오스트리아 빈과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음악의 중심지가 이동하였다. 교향곡도 이때 발전했다.

고전파의 뒤를 이은 낭만파는 20세기 중반 (1950년)을 기준으로 초기와 후기 낭만파로 나뉘어진다. 자유로운 형식을 중시했던 낭만파 음악은 다양한 국가로 영역을 넓혀갔다. 파가니니, 베를리오즈, 멘델스존, 슈만, 쇼팽 (초기) 리스트, 바그너, 푸치니, 그리그, 시벨리우스, 차이콥스키, 브람스 (후기) 등 수많은 음악가들이 이때 이름을 알렸다. 낭만파는 제 1차 세계대전 무렵까지 지속되었다. 낭만파의 동시대 (19세기 초)에는 라벨과 드뷔시 같은 인상파도 존재했다.

클래식의 대표 장르로는 오페라와 교향곡 등이 있다. 교향곡은 지휘자의 조율에 맞춰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연주하는 곡이다. 오페라 시작 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던 서곡이 독립되어 나온 것에서 출발하였다. 그 외에도 소나타, 교향시, 관현악곡, 협주곡 등 다양한 장르가 오랜 시간동안 변화하고 발전되어 왔다.

맺음말

우리가 지금 향유하는 대중음악은 짧은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매우 빠르고 복잡하게 발전하였다. 미디어의 발달, 시민계급의 소비 활성화 & 상업주의는 대중음악이 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그렇게 바뀐 음악의 지위는 음악을 ’소비한다‘는 표현이 ‘감상한다’와 동일하게 사용되는 모습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트렌드에 클래식은 맞지 않다. 점점 짧아지고, 배경음악으로 소비되는 대중음악과 길고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악장의 변화에 집중해야 하는 클래식 음악은 상극인 느낌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일까? 시대를 역행하는 듯 하면서도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이 궁금해졌다. 클래식은 고급문화였던 관성을 유지하는 것 뿐일까? 아니면 변하지도, 손상되지도 않는 미학적 가치를 지닌 것일까?

클래식 음악의 길이가 짧지 않고, 개인적으로도 바빠 많은 곡들을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다음 목표는 클래식 음악을 더 들어보고 취향에 맞는 음악들을 모아 클래식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앨범 단위로 대중음악을 듣는 것처럼, 아예 오페라를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