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 비가 내리는 날,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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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먹으면서

비가 내리는 거리를 걷다가 문득 애니메이션 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009)이 떠올랐다. 마침 빵집에서 산 도넛도 있겠다, 공원의 차광막 아래에 앉아 영화를 곱씹어 보았다.

*결말을 비롯한 스포일러 포함

원작과 영화

영화의 원제는 ‘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로 원작 동화의 제목과 같다. 원작은 1978년 출간되었고 바레트 부부의 작품이다. 쥬디 바레트가 글을, 론 바레트가 그림을 그렸다. 부부가 함께 쓴 동화라니, 낭만적이지 않은가?

동화책은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지던 섬마을 얘기를 해주는 내용이다. 이야기 속 섬마을에선 비 대신 오렌지주스가 내리고, 눈 대신 아이스크림이 온다. 외국에서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 우리나라에도 번역되어 들어왔다. 어릴 때 즐겁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 그런지 같은 제목의 만화 영화를 발견했을 땐 놀라웠고, 또 기대도 되었다.

실제로 관람한 영화도 좋았다. 건물 크기만 한 팬케이크가 학교에 떨어지고, 거대한 샌드위치 빵을 노릇노릇하게 구운 뒤 땅콩버터를 발라 배를 만드는 동화책의 장면들을 살렸다. 동시에, 하늘에서 음식이 떨어지게 되는 원인으로 발명가 플린트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각색했다.

하늘에서 내리던 음식들이 축복에서 재난으로 변하면서 섬을 탈출해야 하는 상황은 동화에서 그대로 가져왔지만, 기상 이변의 이유를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과학기술로 설정하면서 개연성을 챙겼다.

관전 포인트

사실 구름으로부터 얻은 물을 유전자 변형을 통해 각종 음식으로 변형시키는 발명품의 존재는 터무니없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플린트의 발명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꽤 그럴 듯하게 그려진다.

어릴 때부터 괴짜로 여겨지며 아버지와 마을 사람들의 인정에 목마른 발명가 플린트. 과거 정어리 생산지로 유명했으나 소비가 줄어 망해버린 마을을 되살려 명성을 얻고 싶은 시장. 시장은 플린트의 인정 욕구를 자극해 이름을 떨치고자 한다. 마을 사람들도 오랜만의 포식에 눈이 돌아가 플린트에게 끊임없이 음식 비를 내릴 것을 주문한다.

결국, 음식 비를 내리는 발명품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기상 이변이 섬을 파괴할 위험에 처한다. 그리고 시장의 부추김에 넘어간 플린트가 무리하게 발명품을 가동하며 재난은 현실이 된다. 인재인 것이다.

맺음말

이 글에서는 굵직한 얘기만 다루었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 유머, 풍자, 로맨스, 가족의 사랑 등 다양한 요소들이 들어가 있다. 또한, 기상캐스터 샘 등 입체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여기에 개성 있는 3D 그래픽이 얹어지니 눈도 즐겁다. 관심 있다면 한 입 베어 물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