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단어#1] 영어 단어장을 아무리 봐도 점수가 안 오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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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영어 단어장을 구매해 공부하는데도 실력이 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한 글이다. 중고등학교 때, 매일 영어 단어장을 가지고 다니는데 성적은 그대로인 친구들을 수도 없이 봐왔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다음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바로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 구매한 단어장이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는 점, 그리고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를 직접 찾아 정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1. 단어장이 영어 실력 향상에 방해가 된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할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단어장들은 전문가의 손길로 만들어졌다. 이는 단어와 뜻, 예문 등 수험생이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보기 편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때로는 편리함이 독이 되기도 한다.

왜 단어장을 구매하는지는 이해하고 있다. 모든 학생들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고 싶어한다. 그런 관점에서 단어를 찾고 정리하는 시간이 아까울 수 있다. 단어장을 구매하면 따로 노트나 앱에 어휘를 정리할 필요 없이 페이지만 넘기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건너뛰어 버린 단계가 오히려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니었는지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단어는 많이 읽고 써봐야 머리에 남는다. 문제는 원래라면 직접 뜻을 검색하고 써가면서 공부했을 내용을 눈으로만 읽고 넘어가는 학생들이 많다는 것이다. 단어장의 잘못은 아니지만, 단어장을 사면 게으르게 공부할 가능성이 올라간다.

또한, 구매한 단어장을 사용하면 단어를 문장에서 떼어 놓은 채로 외우게 된다. 영어에는 여러 뜻을 지닌 단어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그래서 같은 단어라도 어떤 문장에서는 A의 의미로, 다른 문장에서는 B의 의미로 쓰인다. 하지만 단어장의 경우 모든 경우에 대한 예문을 적어 놓지는 않는다. 기계적으로 외우기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 B의 의미로 쓰이는지까지는 알기 힘든 것이다.

2. 단어장 직접 정리하기

필자는 문제 풀이를 하면서 지문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아 정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지문을 풀 때 모르는 단어를 발견하면 밑줄(~)을 치고, 문제 풀이가 끝나면 밑줄 친 단어들을 전부 찾아보는 것이다. 이때, 단어가 지닌 모든 뜻을 적을 필요는 없다. 해당 문장에서 A라는 의미로 사용되었다면 A만 적어두어도 충분하다.

필자는 따로 노트를 만들기보다 해당 지문 아래의 공간에 기록해두고 그 책 한 권만 복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노트를 만든다고 허비하는 시간에 그냥 지문을 한 번 더 읽어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만약 단어장 노트가 필요하다면, 단어와 그 의미, 그리고 해당 문장까지 적어두면 된다.

문제집 (왼쪽)과 노트 정리 (오른쪽)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반복하다 보면 점점 아는 단어는 많아지고 모르는 단어의 수는 적어질 것이다. 또한, 단어가 문장에서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3. 구매한 단어장 활용하기

물론, 그럼에도 현재 가지고 있는 단어장으로 공부하고 싶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단어장의 단어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시 정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통 단어장은 단어들을 알파벳 순으로 정렬한다. (주제별로 단원을 만들어 놓은 경우에도 단원 안에서는 알파벳 순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단어를 찾아볼 때는 좋지만 단어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예를 들어 difficult와 grueling, tough는 비슷한 의미이지만 알파벳 순으로 정렬하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 필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뜻의 단어들끼리 모아 엑셀 파일에 정리해 둔다. 그렇게 정리하고 나면 같은 뜻의 여러 단어들을 한 눈에 확인하고 외울 수 있다.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단어장들도 있다. 바로 연상법을 적용한 경우이다. 연상법이란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활용하거나 우리말 발음과 연관 짓는 방식인데 (자세한 건 직접 찾아보길),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보통 우리는 1) 단어를 보고 2) 뜻을 떠올린다. 그런데, 연상법을 사용하면 중간에 단계가 하나 더 추가된다. 1) 단어를 보고 2) 연상하는 방식을 떠올려 3) 뜻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게 단어 1~2개 정도라면 상관없지만, 100개, 1000개라면? 무척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단어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공부하는 것이 낫다. 아래의 예시처럼 말이다.

  • control (통제, 통제하다)
    • 뒤에 “~을 할 수 있는”이라는 뜻의 -able을 붙이면 controllable (통제 가능한)
    • 그 앞에 부정의 의미를 지닌 un-을 붙이면 uncontrollable (통제 불가능한)
    • “~하는 사람, 도구”라는 뜻의 -er를 붙이면 controller (조종 장치)
    • remote (원격의)를 더하면 remote control (tv 리모콘)

맺음말

만약 영어 단어장을 읽기만 했는데 다 외워졌다면 그건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축복받은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영어 단어장을 매일 들여다보는데도 외워지지 않는다면 손을 바삐 놀리는 것을 권한다. 또한, 한 단어에서 파생되었거나 비슷한 뜻을 지닌 단어들끼리 묶어 가짓수를 줄이는 것을 추천한다. 때론 지겹고 귀찮더라도 건너뛰어선 안될 과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