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과#2] 영문학과의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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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과의 시험기간

대학교의 시험은 금방 돌아온다. 첫 수강신청을 하고, 강의에 슬슬 적응이 되어간다 싶으면 어느새 중간고사다. 겨우 한숨 좀 돌리고, 잠깐 축제를 즐기고 나면 또 기말고사다. 열람실은 가득 차고, 빈 강의실에서는 친한 동기들이 모여 시험을 준비한다. 이번 글에서는 대학교 시험이 처음일 새내기들을 위해 시험 공부와 준비 방법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Q1. 영문학과 강의의 평가 항목은?

보통의 전공 강의가 그렇듯 영문학과 강의들도 상대평가를 채택하고 있다. 필자가 다니는 학교에서 대부분의 영어 강의는 절대평가를 채택하고 있지만, 영문학과는 학과가 학과인지라 그런 것 따위 없다. 한국어로 수업하던 영어로 수업하던 똑같이 성적 순으로 A,B,C,D를 배정한다.

교수님마다 선호하는 평가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틀은 비슷하다. 시험과 같은 정량적인 수단으로 학생들을 평가한다. 경험상 비중을 나눠 보면 다음과 같다.

  • 참여 (출결 혹은 발표) 10%
  • 팝 퀴즈 (혹은 조별과제) 10%
  • 중간 35%
  • 기말 45%

이 중 두 번째 항목을 살펴보자. 영문학과는 조별과제가 많은 학과는 아니다. (일단 필자가 다니는 학교는 그렇다) 영문학과 강의에서 팀플은 딱 두 번 경험해 봤다. 둘 다 문학 작품에 대한 토의 질문과 답변을 발표하는 과제였다. 한편, 팝 퀴즈는 작품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들을 물어보는 객관식 5~8개짜리 시험으로, 대부분 사전공지 없이 봤던 기억이 있다. 다만 점수 비중이 적은 편이기에 웬만하면 학점은 중간/기말 시험으로 결정된다. 그러니 팝퀴즈 조금 망했다고 시험까지 포기하지 말자.

Q2. 영문학과의 시험 방식은?

필자의 학교 기준으로 영문학 강의들은 주로 에세이 시험을 채택한다. 이때, 답안은 영어와 한글 둘 중에서 선택해 쓸 수 있게 하지만, 종종 영어로만 쓰도록 하는 강의들도 있다. 물론 처음부터 높은 수준의 분석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1~2학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전공 필수 강의들의 경우 교수님들이 적당히 난이도 조절을 한다. 에세이 문항 수를 줄이거나 기한을 넉넉히 주는 방식이다.

  • 영문학개론 강의 (1~2학년):
    • 등장인물의 이름 or 작품 속 연도 등을 묻는 객관식/ 단답형 많이
    • 1~2문단 길이의 답변을 요구하는 에세이 문항 1개
  • 전공 선택 강의 (3~4학년):
    • 등장인물이나 작품 속 정보를 묻는 객관식 조금
    • 문단 1~2개 길이의 답변을 요구하는 에세이 문항 5~6개
    • 문단 3~5개 길이의 답변을 요구하는 에세이 문항 1~2개

영문학과에 이처럼 에세이 시험이 많은 이유는 분석의 깊이를 평가하기 위함이다. 강의 시간에 다루었던 분석과 아예 상반되는 이야기만 하지 않는다면 답안을 자유롭게 적는 것도 허용된다. 학생들은 강의에서 소개된 분석의 틀을 다른 지문에 적용하거나, 그 분석에 각자의 생각을 덧붙여 답안을 작성한다.

Q3. 시험 준비법? 

왕도는 없다. 필자의 경우에는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 읽고, 강의 시간에 다룬 분석의 틀을 적용해 보는 연습을 많이 한다. 이를 위해 강의 시간에 필기를 열심히 하고, 놓친 부분은 질문이나 검색을 통해 해결한다. 시험이 2주 정도 남았을 때 필기를 하나로 모아 보기 편하게 정리한다. 아이패드에 한 필기, 교수님이 뽑아서 나눠준 자료, 종이에 직접 한 필기 등을 전부 이미지 파일로 만들어 하나의 기기에서 한 번에 확인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이후엔 작품과 정리된 필기를 최소 3번 정독한다.

이 정도만 해도 뭔가 열심히 한 느낌이지만, 실제로 시험을 보면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유는 에세이 시험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의 때 다루었던 토의 질문들을 비슷한 주제끼리 분류해 PPT로 제작하기 시작했다. 완성된 질문 모음집을 여러 번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어떻게 답변을 작성할지 시뮬레이션 해보니 웬만한 문제에는 다 답변할 수 있더라.

그 외에도, 시험을 여러 번 치면서 느낀 점은 어떤 형태로든 1~2시간 안에 시험 범위 전체의 내용을 살펴볼 수 있는 핵심 요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이 요약본은 위의 PPT가 될 수도 있고, 교수님이 강조한 부분을 위주로 정리한 작품+필기 요약본일 수도 있다. 이를 시험 시작 전에 훑어보면 기억을 되살리는 데 유용하다. 또한, 하루에 시험이 2~3개 겹칠 때 촉박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Q4. 가장 어려웠던 시험?

영문과 시험의 어려움은 작품 텍스트의 난이도와 분석의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2~3학년이 되면 각자의 취향에 따라 전공 선택 강의들을 듣게 되는데, 이 중에서 공부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셰익스피어 희곡을 다루는 강의였고, 시험 자체가 어려웠던 경우는 현대 서양 문학을 다루는 강의였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은 초기 현대 영어로 쓰여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텍스트의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자연스럽게 현대 독자들을 위해 16세기의 대사를 해설해 주는 주석이 원문 밑에 따라붙는데, 주석의 경우 희곡의 몇 배에 달하는 양(…)을 자랑한다. 시험준비를 하는데 주석이 희곡 한편당 5000 단어가 넘어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현대 서양 문학 강의의 경우 문항은 4개 정도였지만 깊이 있는 분석을 요구했다. 주어진 문단에서 근거를 찾아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작성하는 형식이었다. 작품의 시대상에 대한 배경지식, 작가의 창작 의도, 그리고 제시된 지문 속 세부 요소들의 의미를 연결지어 논리적인 답변을 작성해야 했다. 우선, 500페이지가 넘는 원서를 다루고 분석했기에 어디서 어떤 주제를 다룰 문제가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웠고, 문항 수가 적은 만큼 질문 당 점수가 커 신중하게 적어내야 했다.

Q5. 팁

영문학 공부가 익숙하지 않다면 Sparknotes같은 문학 작품 해설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작품 줄거리 요약, 등장인물 분석, 문학적 장치에 대한 설명, 에세이 주제 등을 제공한다. 강의를 듣다 보면 설명을 놓치거나 교수님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을 보충할 때 유용하다. 다만 강의에서 분석한 시각과 가이드의 분석이 다를 때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때, 해설 사이트들이 정리한 결과만 참고하는 것이 아닌, 정리하는 방식도 참고하라고 당부하고 싶다. 해설자들처럼 작품을 분석하고 정리할 줄 알아야 공부하는 의미가 있다. 작품의 주제의식에서 시작해 캐릭터, 시대적 배경, 문학적 장치까지 스스로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는 만큼 분석의 깊이도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