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에서는 영문학과 강의에서 자주 다루는 영문학 작품 하나를 분석해보려 한다. 영문학 강의에서 배우는 내용이 대충 어떤 느낌인지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품명은 <The Lottery>로, 셜리 잭슨의 단편소설이다.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으니, 작품을 처음부터 직접 읽고 싶은 사람은 뒤로가기를 누르면 된다. 참고로 영문학 수업은 아래의 타임라인처럼 진행된다.
1. <The Lottery>의 줄거리
어느 화창한 6월 27일 여름날, 300명에 달하는 마을 사람들이 제비뽑기를 하기 위해 공터에 모인다. 제비뽑기는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유서 깊은 전통이다. 진행자인 서머스 씨가 가족을 호명하면, 집안의 가장이 대표로 제비를 뽑는다. 뽑기가 완료되고, 결과를 확인하는 시간이 이어진다. 묘한 침묵 속 종이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내용을 확인한 사람들은 소란스러워진다. “누가 걸렸지?” “누구야?”
결과는 빌 헛친슨의 당첨. 이제 빌의 가족 구성원 5명 중 1명을 가리는 제비 뽑기가 진행된다. 아이들은 꽝, 빌도 꽝을 뽑는다. 하지만 빌의 아내인 테시 헛친슨은 결과를 보여주지 않으려 한다. 결국 빌은 테시에게서 종이를 빼앗아 공개한다. 종이에는 검은 점이 찍혀있었다. 테시 헛친슨은 “이건 공평하지 못해, 옳지 않아”라 소리치지만 그 절규는 다가오는 마을 사람들의 발소리에 묻힌다. 그들은 미리 준비된 돌무더기에서 돌을 집어 그에게 던진다.
2. 더 뉴요커 발간 당시 구독 취소와 항의 편지들
셜리 잭슨의 단편 <The Lottery>는 미국의 시사 주간지 <더 뉴요커>의 1948년 6월 26일 발간호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지금은 영문학 교육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작품이지만, 처음 발간되었을 때는 어마어마한 혹평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이 작품을 읽은 수많은 독자들이 ‘더 뉴요커’의 구독을 취소하였고, 작가인 셜리 잭슨에게 욕설과 항의를 담은 편지들을 보내기도 했다. 혹평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뉘었는데, 한쪽은 이야기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한쪽은 이야기가 불쾌하다는 것이었다.
편지에는 이것이 실화인지 묻는 내용부터 욕조에서 휴식하며 보다가 충격받았다는 내용까지 있었다고 한다. 관계가 좋지 않았던 그의 어머니는 편지로 “딸아, 나와 너의 아버지 둘 다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어. 요즘 사람들은 이런 우울한 이야기에 빠져 사는 것 같네. 차라리 사람들의 기운을 북돋아주는 이야기를 써보는 건 어떠니?”라 얘기했는데, 이것이 대중의 반응과 비슷했다고 보면 된다.
사실 독자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The Lottery>가 이야기의 결말까지 향하는 방식에서 기인했다고 할 수 있다. 제목 자체도 희생양 뽑기가 아닌 ‘로또 당첨’을 연상시키기에 집단 돌팔매질을 예상하기 쉽지 않다. 물론, 제비 뽑기를 대하는 마을 사람들의 어색한 태도나 아이들이 미리 돌 무더기를 쌓아둔 행위가 힌트를 주기는 한다. 하지만 쉬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훑고 있었을 사람들이 그런 자잘한 요소들에 얼마나 신경 썼을까? 게다가, 지금의 독자들이야 이런 반전에 익숙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게 없었으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작품에서 전통이라는 이유로 희생양을 정하고 죄책감 없이 죽이는 장면이 현실 사회를 연상시켜 불편하게 다가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도 혹평은 엄청난 관심도 불러일으켰고, <The Lottery>의 문학성이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3. <The Lottery> 분석
3.1 맹목적인 전통의 답습
작품 속 투석형은 전통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소설은 맹목적인 전통의 답습과 집단 광기를 중심으로 분석할 수 있다. 우선, 제비 뽑기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왔고, 주술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전통이 오래되었다는 것은 제비 뽑기 종이들을 담는 검은 상자가 낡았다는 묘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마을의 최고령자이자 올해로 77번째 제비 뽑기를 맞이한 워너 영감은 예전에는 “6월의 제비 뽑기, 곧 옥수수 수확철”이라는 말도 있었다며 풍요로운 추수를 위해서는 희생양을 정하는 것이 필수라고 얘기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제비 뽑기가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며 인신공양하던 풍습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을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은 다른 마을에서는 제비 뽑기를 폐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서머스 씨만 봐도 농업이 아닌 석탄 채굴사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에만 의존하던 사회가 여러 산업이 존재하는 사회로 변했지만 전통은 맹목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전통은 집단 광기의 면죄부가 된다. 희생양이 정해지고, 방금 전까지도 테시 헛친슨과 웃고 떠들던 마을 사람들은 그녀에게 망설임 없이 돌을 던진다. 심지어 몇몇 아이들은 그녀의 어린 아들인 데이브에게까지 돌을 건넨다. 전통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집단 광기의 현장인 것이다.
3.2 남성 중심 사회
이외에도 눈에 띄는 부분은 소설 속 마을이 남성 중심 사회라는 점이다. 제비는 가장이 대표자가 되어 뽑는다. 또한, 남성 가장이 없을 경우 가장 나이 많은 여성이 아닌 여성의 아들이 대표로 제비를 뽑는다. 예외적으로 던바 부인이 대표자를 맡는데, 이는 아들이 아직 16세를 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헛친슨 가족이 2차 추첨을 하게 되자 테시 헛친슨이 결혼한 딸 두 명도 포함시켜야 한다며 소리치는 장면이 있다. 이에 서머스 씨는 결혼한 딸은 남편 쪽 가족 구성원이라고 상기시킨다.
작품 내에서 가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유는 아마 작가의 가부장적인 남편 때문으로 보인다. 셜리 잭슨의 남편도 작가였는데, 집안일과 육아를 전부 떠넘긴 것은 물론, 대놓고 불륜을 저지르고 다녔다. 이에 셜리 잭슨이 항의하자 바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이상한 것이라고 반대로 가스라이팅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 심한 정서적 학대를 당했던 셜리 잭슨은 이혼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테시가 딸을 팔아서 살아남으려는 장면 또한 그를 괴롭혔던 어머니의 모습을 반영한 것일 수 있다.) 이처럼 작가는 본인을 구속하는 가부장제를 표현하고 싶었던 듯하다.
3.3 결말의 시사점
테시 헛친슨은 이야기의 주인공이고 희생양이지만 단순히 선한 피해자는 아니다. 애초에 남편 빌이 당첨 제비를 뽑자 그의 순서에만 시간이 부족했다는 억지를 부리며 제비 뽑기를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자신이 당첨될 확률을 줄이기 위해서 추하게도 결혼할 딸 두 명을 제비 뽑기 2차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얘기하기까지 한다. 이는 그의 가족이 당첨되기 이전, 행사에 늦으며 “제비 뽑기 하는 날임을 잊고 있었다”라고 농담했던 과거의 태도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그렇기에 그가 당첨되고, 돌을 맞으며 “이건 옳지 않아”라고 말할 때 독자들은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야만적인 전통임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이 비호감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본인이 희생되기 전까지는 옳지 못한 제도나 전통이라도 옹호하는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비판하려 한 것이 아니었을까?
맺음말
이번 글에서는 작가 셜리 잭슨의 <The Lottery>를 분석해 보았다. 위의 글처럼, 영문학과 학생의 공부는 문학 작품 속에서 근거를 찾아 해석을 내놓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필요한 지식이 많기에 (사회적 배경, 작가의 삶, 문학의 흐름 등) 길잡이 역할인 교수들의 강의를 듣는다. 이 글이 영문학 공부에 대한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